[비바100] 바다 위 탄소중립 카운트다운⋯ 수소선박, 게임체인저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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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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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리포트] 수소연료전지로 해양 탈탄소의 미래를 여는 기업 ‘빈센’
챗GPT를 통해 생성한 ‘2050 탄소중립’ 이미지.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은 더 이상 선언적 목표가 아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에 가깝게 줄이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하면서, 전 세계 조선·해운 산업은 현 세대 안에서 완전한 구조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새로운 선박 한 척이 바다에 띄워지는 순간, 그 선박이 앞으로 20~30년간 운항하며 배출할 탄소의 총량이 곧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절대 지표가 되는 시대.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서, 전남 영암 대불산단의 한 기업이 한국 조선업의 미래를 다시 쓰고 있다.
2MW 연료전지 탑재 시스템 이미지. 빈센 제공
◇ 조선소 엔지니어들의 도전 - 전기보트에서 시작하다
2017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출신 이칠환과 조선소 엔지니어들이 영암에 빈센을 설립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추진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선박을 상용화하자.”
첫 성과는 8m급 전기추진 보트였다. 부산국제보트쇼에서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운항 데이터 축적이었다. 선박 구조 설계, 배터리 배치, 무게 균형, 열 관리, 항만 충전 인프라 연계 등 해상 운항의 모든 변수를 데이터화했다. 이후 자체 개발한 배터리 시스템과 전기추진 패키지는 관공선과 실증선에 적용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특히 빈센은 전기추진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선박 특유의 전력 관리 노하우를 축적했다. 파도의 영향으로 인한 불규칙한 부하 변동, 염분으로 인한 전기 시스템 부식 방지, 제한된 공간에서의 효율적인 배터리 배치 등 육상과는 완전히 다른 해상 환경의 특수성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다.
전기추진 선박은 친환경성과 추진 효율 측면에서 확실한 강점을 갖는다. 소음이 적고, 배기가스가 없으며, 에너지 효율도 내연기관보다 높다. 하지만 배터리 기반 시스템의 한계도 분명했다.
첫째, 장거리 운항이 불가능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한계로 인해 연안선이나 짧은 항로의 여객선에는 적합하지만, 원양을 항해하는 대형 선박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둘째, 충전 시간이 길었다. 운항 스케줄이 빡빡한 상용 선박에게 몇 시간씩 걸리는 충전 시간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셋째, 지속적인 고출력 운항에 제약이 있었다. 예인선처럼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이 필요한 선박에는 배터리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는 배터리 기술이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에너지 밀도와 충전 주기라는 배터리의 본질적 특성 때문이었다. 선박 규모와 운항 패턴에 따라 최적의 에너지원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였다.
빈센 본사에 위치한 수소 연료전지 실증센터. 빈센 제공◇ 수소연료전지, 해답을 찾다
빈센이 수소연료전지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배터리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어 장거리 운항이 가능하다. 또한 안정적인 연속 출력 특성을 갖춰 고출력이 필요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전기추진 인프라와 자연스럽게 결합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미 전기추진 기술을 완전히 내재화한 빈센에게 수소연료전지로의 확장은 필연적인 기술 진화 경로였다. 전기추진 시스템의 항속거리와 출력 지속성의 한계를 수소연료전지로 보완하면서, 동시에 배터리의 순간 출력 특성을 활용하는 최적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소 연료전지 추진 선박 ‘하이드로제니아’. 빈센 제공
◇ 하이드로제니아 - 국내 최초 수소보트 실증
2021년 울산 태화강에 국내 최초 수소전기보트 ‘하이드로제니아’가 떴다. 규제자유특구 사업으로 탄생한 이 실증선은 수소연료전지, 배터리, 전기추진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첫 사례였다. 대통령 시승으로 주목받았지만, 진짜 의미는 수소 선박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물 위를 달렸다는 것이었다.
하이드로제니아 실증 과정에서 빈센은 중요한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했다. 수소 저장 탱크의 선박 내 최적 배치, 연료전지와 배터리 간 실시간 출력 분배 알고리즘, 수소 누출 감지 및 비상 차단 시스템 등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통합 제어 기술을 완성했다.
현재 빈센의 핵심은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선박용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다. 100kW급 기본 시스템은 기술성숙도(TRL) 8단계로 평가받으며, KR(한국선급) 신기술 적격성 평가와 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예비검사를 통과했다. 이탈리아 선급(RINA) 형식승인도 진행 중이다.
100kW를 기본으로 250kW, 2MW급까지 모듈형으로 확장 가능하다. 여러 연료전지 모듈과 전력변환 장비를 캐비닛 형태로 구성해 예인선, 중형 화물선, 연안 여객선은 물론 10MW급 대형 상선까지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모듈형 설계는 선박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 필요한 출력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 맞춤형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빈센의 차별점은 연료전지 스택뿐 아니라 DC/DC 컨버터,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추진제어장치, 선박 계통 인터페이스까지 ‘통합 추진 패키지’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을 완전히 대체하는 연료전지 기반 전기추진 시스템을 설계 단계부터 통합 제공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다.
17m 레저보트에 적용된 DC/DC 컨버터 이미지. 빈센 제공
◇ 바다를 아는 기술 - 실증센터와 실선 프로젝트
선박용과 자동차용 연료전지의 차이는 ‘환경 조건’이다. 파도에 따른 진동, 염분·습도 노출, 급격한 부하 변화 등 해상 특수 조건을 전제로 빈센은 모든 시스템을 설계한다. 연료전지 고정 구조, 진동 흡수 프레임, 염분 대응 코팅, 해양 환경 최적화 냉각 시스템, 실시간 부하 변동 제어 로직까지 실제 해상 조건 기준으로 개발했다.
빈센 수소연료전지 실증센터는 이 모든 것을 검증하는 핵심 인프라다. 연료전지 셀·스택 성능 시험부터 시스템 통합 검증, 전체 파워트레인 시험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정격·과부하 테스트, 반복 기동·정지 시험, 냉각수 온도 변화에 따른 효율 분석, 해수·염분 환경 재현 시험, 보호회로 및 비상 모드 검증 등을 통해 선박용 내구성과 안정성을 확보한다. 특히 실증센터는 영하 20도부터 영상 50도까지 극한 온도 환경을 재현할 수 있어,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의 운항 조건을 사전 검증할 수 있다.
100kW FC. 빈센 제공◇ 국내외 실선 적용 성과
빈센은 하이드로제니아 이후 전기추진 관광 유람선과 관공선을 여러 지역에 공급했다. 특히 지자체별로 다른 운항 패턴과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며 맞춤형 솔루션 역량을 입증했다. 현재 17m급 연료전지 다목적보트(100kW급 2기 탑재)가 해상 시운전을 앞두고 있으며, 국내 최초 연료전지 여객선 상용화 프로젝트도 계약을 완료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로로(Ro-Ro)선 디젤 발전기를 수소연료전지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빈센은 연료전지·배터리·전력제어 통합 솔루션을 공급하고 국제 선급 승인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운항 중인 선박을 개조하는 ‘레트로핏’ 방식으로, 신조선뿐 아니라 현존선의 친환경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다.
최근에는 글로벌 조선소·선사와 LR2급 원유운반선 14MW급 연료전지 추진 시스템 개념 설계 승인을 완료했다. 2MW 모듈 7개를 조합한 대규모 시스템으로, 수소연료전지가 대형 상선의 주추진 동력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 수직계열화의 힘 - 기자재 직접 개발
선박용 연료전지 시스템 상용화에는 주변 기자재 신뢰성이 필수다. 빈센이 DC/DC 컨버터 등 핵심 기자재를 직접 개발하는 이유다. 연료전지 직류 전력을 선박 계통에 맞게 변환하는 DC/DC 컨버터는 시스템 효율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장비다. 빈센은 해양수산부 형식승인과 선급 인증을 순차 확보하며 기자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연료전지부터 배터리, 전력변환, 제어까지 일관된 설계 철학의 통합 패키지를 한 기업에서 공급받는 것이 유리하다. 고장 원인 추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운항 패턴 변화에 따른 재조정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업체 제품을 조합했을 때 발생하는 호환성 문제나 책임 소재 불분명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빈센 연구개발팀은 조선·해양공학, 전기·전자, 수소·연료전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조선소 선박 설계 경험자와 연료전지 개발자가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융합형 조직이다. 선박과 연료전지를 동시에 이해하는 국내 유일의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융합 역량은 복잡한 선박 시스템과 첨단 연료전지 기술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결정적인 경쟁력이 되고 있다.
시장 관점에서 빈센은 선박용 수소연료전지를 국산 기술로 개발하고 실증·실선 탑재·기자재 개발까지 수직계열화한 거의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초기부터 선박용 전기·수소 추진에 집중해 온 ‘퍼스트 무버’로서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와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로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다.
◇ 2050 로드맵 - 단계적 확장 전략
빈센의 로드맵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 단기적으로는 100kW급으로 연안선·여객선·관공선 레퍼런스 확대. 이미 확보한 기술과 인증을 바탕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한다.
2단계: 중기적으로는 250kW·2MW급으로 예인선·중형 상선 진출. 더 큰 출력과 장거리 운항이 필요한 선박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3단계: 장기적으로는 10MW급 이상 대형 상선 주추진·보조전원 적용. 글로벌 해운의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핵심 기술 공급자로 자리매김한다.
이 과정에서 DC/DC 컨버터, 배터리 시스템, 충전 인프라, 원격 모니터링 등 기자재 포트폴리오도 고도화된다. 빈센 시스템은 단순 추진 장치를 넘어 선박 전력과 운항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능형 에너지 운영, 실시간 모니터링, 예측 정비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스마트 항만과 연계해 수소 공급과 충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탄소 저감 성과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검증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친환경·디지털화를 동시에 구현하는 ‘스마트 친환경 선박 생태계’의 핵심 기술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 영암에서 열리는 바다의 새 시대
“선박이 바다 위를 달릴 때마다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칠환 대표의 말처럼 2050년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IMO 넷제로 목표는 의무가 됐고, 전 세계 조선·해운업계는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오늘도 영암 빈센 공장에서는 수소연료전지가 시험대에서 돌아간다. 정격 출력 테스트, 내구성 시험, 염분 부식 실험 - 하나하나의 데이터가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 매일 축적되는 수천 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모여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이 LNG선으로 세계를 제패했듯, 이제 수소연료전지 선박으로 새 역사를 쓸 차례다. 100kW 연료전지 모듈, DC/DC 컨버터, 실증 데이터 하나하나가 모여 2050년 넷제로를 현실로 만드는 추진력이 되고 있다.
바다의 새로운 시대, 그 문이 영암에서 열리고 있다. 빈센이 만드는 기술 하나하나가 곧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지구 온난화를 막는 실질적인 해법이 되고 있다.

